불교라고 할 때는 일반적으로 종교로서의 불교를 생각한다. 그러나 불교는 여러 요소를 함께 내포하고 있다. 종교적인 부분, 철학적인 부분, 과학적인 부분, 윤리적인 부분들도 있다. 불교는 이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이 모든 것을 초월하고 있다.
불교의 여러 가지 측면
1. 종교적 요소 - 부처님을 믿고 따른다, 삼보에 귀의한다고 할 때는 그 믿음이 매우 중요시된다. 이것은 불교의 종교적인 부분이다.
2. 철학적 요소 - 불교의 가르침은 매우 합리적이다. 믿음만 갖고 되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굉장히 합리적이다. 철학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3. 수행적, 실천적 요소
그러나 철학만으로는 불교를 설명할 수 없다. 철학은 사유하고 사색을 하는 것인데 불교는 우리의 사유와 사색을 버리는 경지에 있다. 사유와 사색도 번뇌의 일종인 것이다. 그 사색과 사유 너머의 세계를 탐구하기 때문에 이것은 철학을 뛰어넘는 수행적인 요소이다. 불교는 매우 실천적이다.
4. 과학적 요소 - 불교는 사실이 어떤가 하는 것을 매우 중요시한다. 그러나 불교가 과학은 아니다. 불교는 진실이 어떤가 하는 것을 과학자와 똑같이 중요시 하지만 불교의 탐구대상은 주로 정신적인 것이기 때문에 물질적인 것을 다루는 과학과는 다르다.
5. 윤리적 요소 - 불교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행해야 할 것과 행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있다. 윤리 도덕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윤리도덕은 옳고 그름이 분명한 반면 불교는 옳고 그름이 없는 세계를 얘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윤리 도덕적 요소를 가지고 있으나 불교가 윤리도덕은 아니다.
모든 가치관은 상대적인 것, 무유정법
1. 윤리. 도덕의 이중적 요소
인간이 모여 함께 사는 것은 그것이 나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모여 사는 것이다. 그런데 함께 모여 살려면 내 맘대로만 사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을 고려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고려하는 것은 나에게 때로는 속박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을 고려한 나의 행동양식을 윤리, 도덕이라고 하는데 이 윤리 도덕을 지켜야 공동체가 유지되기 때문에 윤리도덕은 크게 보면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작게 보면 이것이 나에게 때로는 속박이 되기도 하는 이중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윤리도덕은 지켜야 할 것이면서도 동시에 약간의 구속감을 느끼게 된다. 구속감을 느낀다고 해서 윤리도덕을 부정하면 오히려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이것이 윤리도덕이 갖는 어떤 한계인 것이다.
2. 상대적 가치인 윤리. 도덕
신라시대의 근친결혼제도, 인도 브라만의 혈통 유지 방법, 조선시대의 동성동본 결혼 금지제도, 아프가니스탄의 형사취수제도, 고려시대의 형사취수제도, 중국 소수민족 중 모계사회 등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윤리와 도덕은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윤리와 도덕을 절대화시킨다. 절대선, 절대악으로 취급함으로써 오히려 윤리와 도덕이 인간을 속박하는 경우가 생긴다.
윤리와 도덕은 인간을 자유롭고 이익 되게 하기 위해서 형성된 것인데 이것이 시대가 바뀌면서 거꾸로 인간을 억압하는 요소로 남게 되기고 한다. 그런 경우 그 윤리와 도덕은 바뀌어야 된다.
이렇듯 윤리와 도덕은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 상대적 가치다. 이 상대적 가치를 절대화함으로 해서 많은 부작용과 병폐가 생겨난다.
중도와 무유정법
절대적인 것은 없으나 그 인연을 따라서는 분명히 길이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 가치가 분명하다는 것이 [중도]이다.
윤리와 도덕이라는 가치관은 그 문화, 그 종교, 그 사회라고 하는 한정된 곳에서는 절대적인 가치 같지만 다른 사회, 다른 종교, 다른 지역, 다른 시대라고 하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때 모든 가치관은 상대적인 것이다.
불교에서는 모든 가치관은 상대적인 것, 즉 [무유정법]이라고 한다.
절대적인 것은 없으나 그것의 인연 조건에 가면 정해진 길이 나온다.
정해진 길이 나온다고 해도 그것이 조건을 무시하고 언제나 적용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이것이 진실이다. 인연을 따라서 잠시 규정되는 것이지,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불교는 윤리 도덕을 지키되 윤리 도덕에 매이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살아있는 것이다.
불법은 퍼지기도 하고 오므려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살아있는 존재의 참모습이며 자연스러움이다 <법륜스님의 법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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